[신지식인 명사와의 만남] 박용준 한국중입자 암치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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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선택을 돕는 의료 코디네이션
신뢰를 바탕으로 치료 전 과정에 동행하다.

박용준 한국중입자 암치료연구소 소장
암 진단은 한 사람의 삶을 크게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갑작스럽게 마주한 상황 속에서 환자와 가족은 다양한 의료 정보에 직면하지만, 실제로 어떤 선택이 적절한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치료 방법은 더욱 다양해졌지만, 그만큼 선택에 따른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치료의 경우,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이해도에 있어 여전히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환자와 가족이 덜 불안하게, 더 명확하게,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주목하는 인물이 있다. 한국중입자 암치료연구소 박용준 소장은 중입자 치료와 관련된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와 가족이 치료 방향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의료 코디네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중입자 치료시스템을 국내 환자들에게 정확하고 투명하게 연결하는 의료 에이전시로서, 치료의 적합성 판단부터 해외 병원과의 연결, 그리고 치료 이후의 회복 과정까지 전반을 함께 한다. <위클리피플>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환자의 치료 선택 과정을 돕는 ‘환자 중심 의료의 가교’를 지향하는 박용준 소장을 조명해 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암 치료의 시작은 ‘정보’가 아닌 ‘판단’이다
“가족의 암 투병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절실한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치료의 중요한 시기가 지난 뒤에야 중입자 치료라는 선택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선택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 이 치료를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이 지금의 한국중입자 암치료연구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일본 유학시절 현지 의료기관에서 실무를 경험하며, 해외에서 치료를 고민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얼마나 큰 불안 속에서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기존 치료 외에 다른 선택지를 알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중입자암치료연구소는 일본의 중입자 치료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암 환자와 가족이 해외 치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 코디네이션 기관이다. 단순히 해외 병원을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상태와 의료 자료를 바탕으로 치료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고, 일본 현지 병원과의 소통, 통번역, 일정 조율 등 치료 전후 전반에 걸친 절차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암 환자분들은 갑작스럽게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아 충분히 정보를 정리하고 판단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정보에 의존해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환자와 가족이 보다 근거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안내하는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암 환자를 위한 일본 중입자 치료, 둘째는 암 분야에서 검토 가능한 iNKT 세포치료와 같은 면역세포치료, 셋째는 항노화와 알츠하이머·파킨슨·당뇨 등 재생의료 영역에서의 일본 줄기세포치료입니다. 특히,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은 환자와 가족이 중입자 치료를 보다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검토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한국중입자 암치료연구소는 해외 치료를 일률적으로 권유하는 기관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정리하고 안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신규 암 발생자는 28만 8,613명으로 집계됐으며, 일생 동안 암이 발생할 확률은 남성 44.6%, 여성 38.2%로 추정된다. 이처럼 암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중입자 치료와 같은 고정밀 치료는 국내에서의 접근성이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2023년 연세의료원이 중입자 치료를 도입했지만, 운영 경험과 적용 범위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중입자 치료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는 크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선택지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중입자 치료는 단순히 장비의 유무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닙니다. 같은 장비를 도입했더라도, 이를 어떤 암종에 어떻게 적용해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실제 환자 데이터를 축적해왔는지에 따라 치료의 폭과 깊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본은 1994년 중입자 치료를 도입한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약 30년 가까이 관련 치료 경험을 축적해 왔으며, 대표 기관인 QST는 2023년 3월 기준 단일 기관 누적 15,024례의 치료 사례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 경험의 축적은 다양한 암종과 복잡한 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프로토콜의 완성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2023년 연세암병원을 통해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진전이지만, 아직은 경험과 적응증을 넓혀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전립선암, 췌장암, 폐암, 간암 등 주요 암종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지만, 일본은 이미 다양한 암종과 임상 상황에서 중입자 치료 경험을 축적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같은 췌장암이라도 하나의 질환으로만 보지 않고, 절제 가능 여부, 국소 진행 상태, 수술 전 치료 여부, 수술 후 국소재발 여부 등으로 세분화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 치료가 제한적이라고 안내받은 환자라도 일본에서 다시 적합성 검토를 진행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환자들이 일본 치료를 고려하는 이유는 ‘한국보다 일본이 무조건 낫다’는 단순한 논리가 아닙니다. 일본은 더 오래 축적된 임상 경험과 더 넓은 적응증, 그리고 더 정교하게 다듬어진 프로토콜을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용준 소장이 짚는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암 치료의 어려움은 단순히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정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의 역할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중입자 치료, 정밀 치료의 새로운 기준
“기존 방사선 치료는 종양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주변 조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중입자 치료는 특정 지점에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방출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조직 손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둔 치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PBE(생물학적 효과)는 방사선이 암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지표로, 일반 방사선 치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효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기존 방사선에 반응이 낮은 암에서도 치료 가능성이 검토되기도 합니다. 다만 치료 적용 여부와 효과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수술이 어려운 경우나 고령 환자에서 치료 선택지를 검토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치료 시간이나 횟수가 조정되는 사례도 보고되며, 환자의 부담을 고려한 접근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박 소장은 중입자 치료를 일률적인 해답으로 제시하기보다, 환자 상태에 따른 ‘적합성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입자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암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 치료가 나에게 맞는 선택인지 사전에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비용 부담이 수반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기대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중입자 치료가 좋다더라’는 막연한 정보보다, ‘내 경우에 실제로 검토 가능한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해외 의료기관에서는 내 상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보다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판단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 소장은 치료 기술 자체를 강조하기보다, 환자에게 적합한 선택인지 여부를 먼저 살펴보는 데 상담의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치료 정보 전달을 넘어, 환자 중심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결’이 아닌 ‘동행’, 치료의 전 과정을 함께하다
“환자분이 상담을 오시면 먼저 의무기록을 확인합니다. CT, MRI, PET, 병리보고서 등 필요한 자료를 정리해 일본 병원에 전달하고, 중입자 치료 대상 여부를 사전에 검토합니다. 특히 치료 외적인 부분에서의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환경에서도 환자분이 불편함 없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병원 내 통역은 물론, 생활적인 부분까지 함께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치료적합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가능하다는 판단이 이루어지면, 초진 예약부터 출국 준비, 현지 치료 일정 관리, 통역, 체류 지원, 귀국 이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다. 실제로 그는 환자와 보호자가 현지에서 겪는 사소한 불편까지도 함께 살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동과 식사, 생활환경 등 치료 외적인 요소들이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의료기관 연결을 넘어, 환자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로 이어진다.
“진단 직후 연락을 주시는 분들은 대부분 큰 불안 속에서 경황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분들과 상담을 진행하며 상황을 하나씩 정리해 드리고, 일본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불편함 없이 지내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결국 환자에게 적합한 선택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보다 과정, 신뢰를 쌓는 시간
박용준 소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신뢰’다. 특히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태도는 경영 원칙은 물론, 그가 이 일을 지속해 나가는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이 일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치료 결과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꼽았다.
“환자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신뢰가 낮아진 상태에서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 정보나 과장된 광고를 접한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검증된 정보와 자료를 기준으로 설명해 드리고,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확히 안내해 드립니다. 즉, 환자분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용준 소장의 시선은 결과보다 과정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환자의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암 치료는 한 사람의 삶 전반과 맞닿아 있는 과정이다. 그 안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보다 명확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한국중입자 암치료연구소는 일본 중입자 치료 관련 안내를 더욱 정교화하는 한편, 면역세포치료와 재생의료 등 일본의 의료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자 합니다. 다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환자와 가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환자에게 적절한 시점에 정확하고 책임 있게 전달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환자와 가족이 보다 덜 불안한 상태에서, 명확한 정보에 기반해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저는 의료 분야에서의 선한 영향력은 결국 ‘정보의 질’을 높이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태도가 결국 신뢰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박용준 소장은 불안 속에 놓인 환자가 선택을 이해하고 스스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과정을 정리해주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가는 길은 거창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군가에게 그 길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시간은 제한적이며,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요한 순간에 함께 판단하고 동행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 한국중입자 암치료연구소 박용준 소장의 행보는, 의료 코디네이션 서비스가 나아갈 하나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_한국중입자 암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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